불릿 트레인 리뷰 [운명의 열차에 올라탄 무당벌레 한마리]
(이번 글부터 개인적인 평점을 매겨볼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길! 불릿 트레인 : ★★★☆☆ 2.5)
최근에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업체를 광고하기 위해 뽑기 이벤트를 한다.
토스에서 복날 간식 선물 뽑기를 한다던지.. 뭐 그런 거.
하루에 한 번씩 기회가 주어지는데, 나 같은 경우는 치킨은 나오지 않았지만 닭다리 과자가 나올 정도의 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더럽게 운이 없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모종의 이유로 신칸센을 타야 하지만 가는 길에 물웅덩이를 밟아 신발이 다 젖어버리고 트럭에 치일뻔하며
길을 가던 행인과 부딪혀 락커의 열쇠와 기차표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겨우겨우 기차에 오르게 된다.
운이 없으면 기차도 놓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겨우 탑승한 그 기차가 지옥으로 가는 기차였다.
영화의 시작은 매우 혼란스럽다.
화면은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되었지만 다양한 인물들이 한 번에 등장하고
각각의 서사를 보여주기 때문에 살짝 지루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 된다.
하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1. 주인공인 레이디버그(무당벌레)는 자칭 불운의 사나이이다. 직업은 킬러인데, 임무마다 불운이 터져서 주위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다. 근데 킬러라면.. 주위에 사람이 죽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는 동료 킬러인 카버의 대타로 기차에서 가방 하나를 회수해 오는 간단한 임무를 받았다.
2. 기무라의 어린 아들은 누군가가 옥상에서 밀어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그리고 신칸센 안에 그 누군가가 타고 있고, 복수를 위해 기차에 오른다.
3. 쌍둥이 형제 킬러인 레몬과 텐저린은 세계 최대의 범죄조직 보스인 '백의 사신'에게 의뢰를 받았다.
납치당한 그의 아들과 몸값이 든 가방을 탈환해 교토역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4. 백의 사신의 아들은 레몬과 텐저린에게 구해졌다.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 몸값이 담긴 가방이 사라진다.
이를 찾기 위해 쌍둥이 킬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백의 사신의 아들은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 있었다.
5. 울프는 남미 마피아의 간부이다.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본인의 결혼식날. 울프를 제외한 모두가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끔찍한 독살을 당하고 만다. 복수를 위해 범인을 추적하던 중 신칸센에 그 대상이 타있다는 정보를 얻고 기차에 오른다.
'..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의 느낌.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점점 하나로 이어진다.
이어지는 와중에 관련된 인물들이 또 등장한다... 하지만 초반을 넘겼다면 문제없다!
중후반부터 등장하는 인물들은 초반에 쌓아놓은 이야기에 연결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취향 탈 거 같은 개그 요소들
불릿 트레인은 킬러들이 한 기차 안에 모인 만큼 유혈이 낭자하는 액션 영화이지만 틈틈이 들어있는 개그 요소들이 너무 재미있다.
다만 백이면 백 웃을 수 있는 원초적인 개그가 아니라 상황을 통해서 웃음을 주기 때문에 취향이 갈릴 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빵형이 이런 유쾌한 캐릭터도 너무 잘 어울려서 좋았다.
예를 들자면..
'정숙'칸에서 레몬과 레이디버그가 만나게 된다. 둘은 격렬한 전투를 하게 되는데 소란이 커질 때마다 정숙칸이라 주변에 눈치가 보인다. 데시벨이 올라가면 앞자리에 아주머니가 둘을 노려보며 표독스럽게 "쉬이 이이이 잇!!!!"
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앉아서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미안하다는 제스처도 함께.
아주머니가 다시 고개를 돌리면 둘은 또 죽
일 듯이 투닥투닥 싸운다.
텐저린과 레이디버그의 결투 중인 칸이 창고 칸이었고 열차 승무원이 들어오게 되어 둘의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가 된다.
필요한 거 없냐는 승무원의 질문에 필요 없다며 싸움 준비를 하는 텐저린에 비해 레이디버그는 목이 타다며 탄산수 하나를 주문한다. 현금이 없던 레이디버그는 목숨을 빼앗는 싸움을 하던 텐저린에게 계산을 부탁한다.ㅋㅋㅋㅋ
텐저린이 계산한 물을 마시며 대화로 풀면 안 되냐는 레이디버그.
대화로는 풀 수 없다고 하자 냅다 물병을 텐저린의 얼굴에 던져버린다.ㅋㅋㅋㅋㅋㅋㅋ
레이디버그. 정말 불운의 사나이 맞아?
작중 레이디버그는 본인이 불운의 사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그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그도 그럴게 당장 일어나는 일들이 불운처럼 보이지만 종장에 가서는 그 덕분에 죽음을 피하거나 여러 일들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극 초반에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던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 하나의 선로를 달리는 열차처럼 한줄기로 만난다.
모든 일에 우연은 없었고 그들이 이곳에 모인 것은 운명이었다.
그러나 삶이란 운명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
레이디버그란 변곡점이 이야기에 올라탔고,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레이디버그(무당벌레)는 서양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텐토무시라고 불리며, 7개의 점은 7개의 불행을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고 텐토무시가 주변 가족과 친구들의 불운을 대신 짊어짐으로써 주변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 눈에는 붉은 해골처럼 보였다. 누군가의 운명을 끝내러 온 붉은 사신처럼..
불릿 트레인을 재미있게 보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할 거 같다.
1. 앞부분의 지루함을 견딜 것.
2. 개그의 취향이 맞을 것.
3. 빵형을 좋아할 것.
이 정도가 맞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게 봐서 킬링타임이 필요할 때 한번 더 볼 의향이 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