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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인턴 리뷰

by yundodam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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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

요즘 출퇴근길에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 한편씩 보고 있다.

나에게는 '이거 재미있다던데 언젠가는 봐야지' 목록의 영화들이 꽤 있다.

공통점은 그 영화들 모두 손이 잘 안 간다는 것.

피곤한 출퇴근 길이라서 그런 걸까. 이미 본 적이 있어서 나에게 재미가 보장된 영화를 한번 더 보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순 없지.

그리고 드디어 인턴을 봤다.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 재미있고 흡입력 있는 영화였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인터넷 의류업체 "About the Fit"에는 전담 마사지사가 있다.

잉? 갑자기 마사지사 이야기?.. 를 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마치 마사지처럼 부드럽게 감정을 풀어주고 위로해 주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엄청나게 크고 자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몇몇 사건들이 터지긴 하지만, 젊은 시절에 세상이 절망할 거 같던 문제들이 나중에 보면 그저 작은 문제이듯 그렇게 스무스하게 해결된다.

 

영화는 인터넷 의류업체 "About the Fit"의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인턴으로 입사한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와 젊은 나이의 여성 창업자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벤 휘테커 역의 로버트 드 니로

벤 휘테커, 70세의 경험과 관록으로 젊은 창업자 줄스 오스틴을 서포트하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지 않아도, 심지어 포스터만 봐도 내용이 짐작이 가버린다.

"열정적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젊은 창업자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70세의 인턴이 경험과 관록으로 해결한다!"라는 내용이 떠올라 버린다.

 

실제로도 내용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다만,

 

벤 휘테커는 내가 봤을 땐.. 그냥 인간 자체가 멋있다. 평균적인 70세의 사람이 아니다.

70세라서, 오래 살아왔고 삶에서 얻은 경험이 있어서 당연하듯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무던히 노력하고 자신을 가꾸고 절제하며 메너를 익힌 젠틀맨이다.

너무나도 잘 가꿔진 사람이라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는 늘 도전하고 배움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About the Fit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종이 이력서가 아닌 영상을 촬영해 보내야 한다.(뭐. avi 파일이니. mp4 파일이니 등등 복잡한 조건들이 붙어있다.) 이미 여기서 포기 각이다. 아니면 자식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벤은 혼자서 영상을 촬영하고 파일을 무사히 보내기까지 한다.

영화의 첫 시작이 지원 영상을 촬영하는 부분이고 벤 휘테커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영상을 보는 나의 마음은 '합격.. 합격이요 무조건 합격입니다 선생님.'이 되어버릴 만큼 말을 조리 있게 잘하신다.

 

그의 집엔 드레스룸이 있고 여러 벌의 정장과 여러 개의 넥타이를 질서 정연하게 정리해 놓았다.(나도 넥타이 2개인가 밖에 없는데;) 출근 전날 밤에 항상 알람을 2개 맞춰놓고 늦지 않게 일어나 매일 면도를 하고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가지런하게 맨다. 그리고 항상 손수건을 챙겨 다닌다. 본인이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을 위해.

 

세상 세상 이런 젠틀맨이 없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친해지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처음엔 컴퓨터도 켤 줄 모르는 할아버지였는데, 나중엔 직원들 모두 그의 매력에 빠져버린다.

주위를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태를 잘 파악한다.

그리고 적절한 대처까지. 거의 뭐 완벽에 가까운 사람.

 

벤 휘테커는 현실의 사람이 아니다.

'아 나중에 저렇게 젠틀하게 늙어서 멋진 할아버지가 되어야지'의 표상이지 현실의 평균적인 70대 할아버지가 아닌 것.

그리고 이것이 문제가 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노인계층의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거 같은데 그냥 위대한 인자강 벤 휘테커의 이야기로 끝난다는 생각..

 

오히려 70대든 50대든 30대든 20대든 나이가 중요하지가 않다. 그사람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줄스 오스틴 역의 앤 해서웨이

열정적인 젊은 여성 창업자 줄스 오스틴

 

비현실적인 벤 휘테커보다 오히려 줄스 오스틴에게서 많은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회사를, 꿈을 사랑하는 방식. 으레 그렇듯 찾아오는 위기. 일과 가족 간의 벨런스. 더 좋은 사장이 되기 위한 조건들..

8개월 만에 엄청나게 성장해 버린 회사. 이제는 그녀의 어깨에 많은 것과 많은 사람들이 걸려있다.

 

항상 바쁘고 정신없고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스케쥴은 조금씩 어긋나고 회사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위태해 보이는 줄스 오스틴을 보며 직원들 동료들 그리고 남편은 그녀에게 새로운 CEO를 고용하라고 설득한다.

줄스 오스틴은 본인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관객들이 보기에도 이미 버거워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중후반에 나오지만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그녀의 남편은 회사에 꿈에 집중하는 아내를 두고 결국 딸 친구의 엄마와 바람을 피운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줄스 오스틴은 새로운 CEO를 고용해 가정에 조금 더 충실하면 관계가 회복될까 생각한다.

꿈이냐 가족이냐, 소중한 것 vs 소중한 것.

 

그녀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어쩌면 그녀가 나빠보일수도 있다.

너만의 꿈을 쫒느라 가정에 소홀이 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지.

영화의 주인공이라서 그녀의 선택이 모든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남편의 선택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편은 흔히 말하는 라이징 스타였지만 그녀의 사업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가정주부가 되어 서포트하기로 결정한다. 본인의 결정이었고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가족을 사랑하는게 느껴진다. 일에만 몰두해서 가족을 내팽개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런데도 바람을 피워?????

 

위대한 인자강 벤 휘테커님은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꿰뚫어 보시고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님을 말해주며 힘을 실어준다.

 

극 후반부에 남편은 용서를 빌고 그녀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CEO 고용건을 취소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로 한다.

 

이 기쁜 소식을 벤에게 알리러 가지만 벤은 자리에 없고,

수소문끝에 찾아간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고 있는 벤을 발견한다.

 

태극권이란 순환과 음양의 조화.

노년의 벤 휘테커와 젊은 줄스 오스틴이 결국 함께 조화를 맞추게 된다. 그렇게 평화롭게 영화는 끝이 난다.

 


정말 기분 좋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힐링 영화이다.

회사 생활, 사회 생활 등등 본인이 속해있는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지쳐 있다면 조심스럽게 이 영화를 추천해 본다.

다 보고나면 훈훈해진 마음에 조금은 힘이 날 수 있다.